한 권의 책, 한 문장을 만난 적이 있나요? 2

2023. 8. 1. 11:39가정과 건강/Swee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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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적절한 책을 적절한 때에 손에 들고, 한 문장을 제대로 읽고 차원 높은 질문을 만들어 본다면 삶이 우리에게 묻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크나큰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은 나에게 분명 낯선 세계로 인도하는 문이었다. 가볍고 투명한 문이 아니었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캄캄하고 무거운 철문이었다. 좋은 책들을 읽으면서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상처 난 곳에 연고를 바르듯 글을 읽으며 내 언어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친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마주할 기회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처한 환경에서 느꼈던 좌절감과 한계를 통제할 힘을 얻은 것도 책을 통해서였다. 강원도 깊은 산골, 꽉 막히고 단절된 세계가 아니라 푸른 하늘 너머, 지구 곳곳이 하나의 마을인 드넓은 세계 또한 한 편의 글, 책을 통하여 보게 되었다.

 

글을 만난 후

글이 재미있어지자 나를 괴롭혔던 동무들에게 복수할 다짐이 눈 녹듯 사라졌다. 철없는 장난꾸러기들을 웃으며 바라볼 부드러운 마음도 생겼다. 함께 뛰어놀며 자라날 힘도 얻을 수 있었다. 책 속 세상과 책 밖 세상을 연결하며 내 생각을 친구들과 나누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나를 위한 한 문장, 한 권의 책을 만나 보자

우리가 책을 읽을 때 하는 생각들은 단순히 ‘Thinking(Thought)’, 생각의 차원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는 ‘consideration’, 즉 숙고의 차원이다. 이것은 ‘함께(con)’라는 의미와 ‘별(Sider)’이라는 의미의 합성어이다. 함께 별을 바라보며 하는 생각이 숙고이다. 세상과 나와의 거리를 생각하며 기존의 정보들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책 읽기이다. 책 속 한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행간의 숨은 그림을 찾듯 질문과 답을 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이 열리기도 하며 잊어버렸던 것을 다시 회상하기도 하고 헝클어진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책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생각하는 장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질문과 대화의 과정이 독서(讀書)이다.

 

책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게 한다

많은 청소년이 공부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공부는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할 때 더 넓고 환한 길이 열린다. 책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한 문장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사회 현상에 대한 질문을 통해 사고 수준을 향상시키며 나아가 자아 성찰이 이루어진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한 것처럼 ‘자신의 본성을 만들어 나가는 삶’을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독서를 바탕으로 하는 학문

입시라는 과업 달성을 위해 답을 찾는 방법만을 배우는 학생들이 대학 입학과 동시에 겪게 되는 괴리감은 바로 ‘질문’ 때문이다. 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틀은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독서가 바탕이 되지 않은 공부는 스스로 공부할 힘을 종국에는 잃게 만든다. 똑같은 학문을 익히더라도 도출할 수 있는 질문에 따라 평가와 역량이 달라지고 이에 대학 입시의 흐름도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꿈을 위해 노력한 과정을 평가하고 학생의 사고 수준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자신에 대한 이해’, ‘세상과의 소통’, ‘질문하는 방법’이 더 이상 추상적이고 모호한 역량이 아니라 21세기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이 될 것이다.

 

이제 내게 맞는 적절한 책을 적절한 때에 손에 들고, 한 문장을 제대로 읽고 차원 높은 질문을 만들어 본다면 삶이 우리에게 묻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크나큰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렸을 적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느꼈을 호기심, 상상력, 기쁨, 경외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고 삶의 정수(Essence)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나를 만들 단 한 권의 책, 한 문장을 만나 보도록 하자.

 

 

 

출처: 가정과 건강 월간잡지

저자: 최봉희

문학 치료학 박사, 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칼리지 기초 글쓰기 겸임 교수,

열린 사이버대학 통합예술치료학과 특임 교수, 독서교육연구소 알움 대표,

법무부 보라미방송 ‘내 마음에 토닥토닥 책 읽기’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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